2024/12/11 2

2화_2층 1호 수현

계단을 세번 오른것 같은데 201호였다. 빌라가 다 그렇지 뭐...202호는 현관문 앞의 번호판이 없어져서 왼쪽의 201호만 유독 반짝거리는 듯 돋보였다.부동산 아줌마는 그 빌라는 너무 높기도 하고 관절이 안 좋아서 같이 올라갈 수 없으니 가보고 마음에 들면 짐을 풀고 안 그러면 열쇠를 가지고 내려오라고 했다.  “참 편하게도 일하는구만...” 만약 집이 마음에 들더라도 이 부동산 아줌마의 복비를 어떻게든 야무지게 깎으리라는 결심이 들었다. 작은 거실과 주방, 안방과 작은 화장실 그 옆에 또 작은방 나름 깨끗했다.도배도 이 정도면 나쁘지 않았고 장판은 완전하게 새것이었다.안도감이 몰려왔다. 다시 방을 안 구해도 된다는 안도감이었다.다시 캐리어를 끌고 그 긴 언덕을 거꾸로 내려갈 일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

카테고리 없음 2024.12.11

1화_오르막길

은색 캐리어를 끌고 언덕을 오르는 자그마한 체구 덜컹 거리는 캐리어는 수현의 마음 만큼이나 피곤에 절어 있었다. 여러 가지 귀여운 모양의 스티커가 덕지덕지 붙어 있고 여행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훈장처럼 이곳저곳이 찌그러졌다.오랜 서울 생활에 수현의 마음도 이곳저곳 찌그러져 지쳐가는 중이었다.  뜨거운 날씨에 부동산을 여러 곳 전전할 시간도 체력도 없었다. 최소한 차가 들어오는 정도의 길이 가깝기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게 수현의 바람이었다. 미로 속의 던전처럼 전기도 안 들어오는 곳을 방이라고 소개해주는 업자들의 마음도 모를 바는 아니지만 여자 혼자 산다는데도 끝끝내 그 따위 방을 추천하는 부동산 사장의 멱살이라도 잡고 싶었다.수현이 지낼 집은 사실 수현이 고르는 것이 아니라 수현이 끌어낼 수 있는 돈의 ..

백조빌라_소설 2024.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