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호에는 이 동네 터줏대감 홍 할머니가 계셨다. 주차 라인에 놓인 평상의 실질적 소유자이다.빌라를 깔끔하게 청소하고 힘들고 궂은일을 도맡아 하셨다.각 호에서 걷는 매월 15,000원의 관리비를 알뜰살뜰하게 쓰셨다. 건물을 보수하거나 하수구를 정비하거나 하는 일도 오랜 시간 동네에 계시며 쌓은 인맥으로 모든 일을 해결하셨다.백조빌라의 외부는 참 얼기설기 하수관들이 혈관처럼 지나가며 그 복잡한 속내를 대변하듯 지저분했다. 굵은 하수관이 세대마다 내려와 있고 타일도 떨어진 곳이 많았다. 오래된 건물에 살아본 사람들은 안다. 좁은 하수관으로 입주민들이 얼마나 큰 고통을 겪는지 말이다. 한 세대라도 잘못해서 하수관이 막히면 그 라인의 전 세대로 하수가 역류하곤 한다.집안의 모든 집기가 다 젖고 물을 빼낼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