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서른인 수미는 평소에도 화가 많았다. 항상 뭔가 신경질적이고 진취적이었다. 학생운동에 심취해 여대에서 총 여학생회 회장을 지내며 동지들을 위해 부르짖던 날도 있었다.따르는 동생들도 많았고 나름 대학에서는 어깨 펴고 고개 좀 들고 다녔다.하지만 대학교에서 쓰던 감투가 인생에 크나큰 도움이 되지는 못했다. 오전 10시 믿기지 않겠지만 수미의 퇴근시간이다. 어김없이 검은색 오토바이 복장으로 완전 무장을 하고 오토바이를 끌고 밤늦게까지 배달 일을 하고 들어오곤 했다. 하루도 쉬는 날은 없었다. 녹초가 되어 들어와도 다음날 점심 피크타임 전에는 배달을 나가곤 했다.여대에서 졸업 후 대기업에 출근했지만 5개월 차에 때려치우고 나왔다. 나름 운동권 출신인 그녀를 노조에서는 내버려 두지 않았고 끊임없이 노조에..